고려대 커뮤니티도 '코인게시판' 신설…"한탕주의 빠질 수 있어" 우려도

▲ 서울시내 주요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코인 게시판'까지 개설되는 등 각종 규제 움직임에도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시판 이용 열기도 뜨겁다. 17일 오전 기준 해당 커뮤니티 모든 게시판 중 가장 많은 350여개의 게시물이 올라온 뒤 계속해서 글이 쏟아지고 있다.

[U's Line 김하늬 기자]가상화폐 열풍이 대학가까지 깊숙이 번지면서 서울대 재학생·졸업생 전용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왼쪽)와 고려대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오른쪽)에도 관련 게시판이 등장했다.

서울시내 주요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코인 게시판'까지 개설되는 등 각종 규제 움직임에도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시판 이용 열기도 뜨겁다. 17일 오전 기준 해당 커뮤니티 모든 게시판 중 가장 많은 350여개의 게시물이 올라온 뒤 계속해서 글이 쏟아지고 있다.

서로 투자 의견을 구하거나 최근 정부 정책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이 게시판을 통해 메신저 단체 익명 대화방을 개설한 뒤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9개월, 전 한강 갑니다.", "지방선거 전까지 절대 거래소 폐쇄 못 함.", "지금이라도 빼야 할까요?"

일반 누리꾼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아니다.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만 실명 인증 후 가입할 수 있는 서울대생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최근 올라온 것들이다.

17일 서울대 재학생 등에 따르면 스누라이프에는 지난 11일 '재테크 게시판'이 신설됐다. 게시판이 마련되자 가상화폐 관련 글 200여 건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다.

이 게시판 소분류에는 '암호화폐'도 포함됐다. 운영진은 공지사항을 통해 "최근 많은 분들이 주식·부동산 등 투자 관련 글을 모아볼 수 있는 재테크 게시판의 신설을 요청해 재테크 게시판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부동산', '주식채권파생', '암호 화폐', '일반' 등 4개의 카테고리로 나뉘는데 대부분이 '암호 화폐'로 분류돼 있었다. 사실상 가상화폐 전용 게시판인 셈이다.

글을 살펴보니 '흥미로운 코인별 세계 거래량 분포', '거래소 추가 상장 예정 코인' 등 실시간 변하는 가상화폐 관련 정보를 공유하거나 투자 조언을 구하는 요청이 많았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한 16일에는 '20일까지 차트 안보겠다', '하락장 오래 가네요', '가상화폐 하다 잃은 자의 소회' 등 부정적인 글도 눈에 띄었다.

스누라이프 운영진은 "최근 많은 사람이 투자, 주식, 부동산 등에 대한 글을 모아 볼 수 있는 게시판 신설을 요청해 만들게 됐다"고 재테크 게시판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고려대생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도 최근 가상화폐 관련 글을 올리는 게시판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졸업생만 이용 가능했던 '주식/재테크' 게시판은 '코인/주식' 게시판으로 개편됐으며 재학생도 이용 가능해졌다.

가상화폐 관련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오면서 엿새 만인 16일 아예 '코인 게시판'을 새로 만들었다. 고파스 운영진은 "익명 게시판에 코인 관련 게시물이 과도하게 많아 불편하다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게시판을 개편했다"고 밝혔다.

이 게시판에도 '코인이 이렇게 망할까', '지금 사지 맙시다' 등 가격이 급락한 가상화폐 시장 상황을 알리는 글이나 '코인 투자 비법' 등의 정보성 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학생들이 익명으로 학내 혹은 사회 이슈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하거나 대학 생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돼 온 커뮤니티가 가상화폐 관련 글로 '점령'되다시피 한 것은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가상화폐 열풍'이 대학가에도 깊숙이 번진 것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투자가 아닌 투기'라며 전용 커뮤니티에 따로 게시판을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커뮤니티 운영자는 "타 게시판에 비트코인 관련 글이 너무 많이 올라와 다른 이용자들 불편을 우려해 개편했다'고 밝혔다.

아직 게시판을 신설하지 않은 다른 대학 커뮤니티도 양상은 비슷하다. 대학생들은 과열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우려하는 한편 당연한 추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 모씨(26)는 "최근 학교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코인게시판'으로 불러도 무방하다"며 "가상화폐 열풍과 다른 사용자들의 불편을 감안하면 앞으로 다른 대학들도 새 게시판을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관련 글들을 커뮤니티에서 자주 접하게 되면 소액으로 거액을 만들 수 있다는 한탕주의 환상에 빠질 수 있다"며 "취업난 등으로 돈을 벌기 어려운 사회 구조 속에서 대학생들이 가상화폐 투자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