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희수 전 건양대 총장(왼쪽), 정연주 신임 건양대 총장(오른쪽)

지난 8월말 한 방송사의 김희수 건양대 총장(89) 관련 보도는 그동안 각종 매체에서 고령에도 열정적 활동의 교육자로 종종 기사화됐던 내용과는 큰 격차가 있어 이를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날 김희수 총장관련 뉴스는 건양대 병원 직원 732명중 34명이 김 총장과 아들 김용하 부총장(52) 등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로 시작했고, 심지어는 건양대 교수중에도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 학교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출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이외에도 김희수 전 총장이 이사장인 김 안과의 각종 수익사업체가 모두 김 총장 측근이 장악하고 있다는 뉴스들이 잇따라 나왔다.

결국 김 총장은 이날 보도를 전후해 신속한 사퇴를 단행했다. 또한 아들 김용하 부총장도 동반 사퇴라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김용하 부총장 갑질이 결코 부친을 뒤지지 않아 병원과 학교에서 ‘갑질 대물림’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 위기의식으로 작동했는지는 몰라도 그의 사퇴는 아버지를 이어 총장직을 맡을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예상을 깨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사퇴 이후 건양대 이사회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는 후문이 학교 캠퍼스를 음흉하게 돌았다. 바로 ‘차기 총장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하는 학교운영에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당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양대의 총장선임 고민은 단순히 학교운영을 해낼 인물론에만 국한되지 않았음이 본지가 입수한 총장선임 안건 9월 8일 이사회 회의록에서 드러난다.

일부 이사가 이동진 대외협력부총장을 추천하면서 설립자의 설립이념과 재단운영의 방향에 이해도가 높아 현 건양대 사태를 조속히 수습할 적임자라는 평을 했다. 그러자 구본정 이사장(전 건양중고 교장)은 현재 학교상황이 궁금하다며 대기하던 라윤도 총장 비서실장으로부터 총장 사퇴배경과 대내외 상황을 듣고, 이에 대한 각 이사들의 질문에 설명을 하게 한다. 직후 서창적 이사(서강대 교수)가 현재 건양대가 처한 대내·외적인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인물에 방점을 찍고 파격적인 외부인사 정연주 전(前) KBS 사장을 추천한다.

그러자 김중헌 이사(전 한국전력 충무지점장)도 “이동진 대외협력부총장이 학교상황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 학교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임자로 평가되는 인물은 맞지만 학교가 처한 위기상황과 심각성을 고려해 볼 때, 외부요인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연주 전 사장 추천에 적극 동의하기에 이른다. 이어 조신행 이사(전 교육부지방교육재정과장)도 동의하면서 다른 이사들도 찬성으로 응답했다. 결국 친(親)노무현 인물로 알려진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총장으로 선임됐다.

이날 이사회에서 여러 이사들이 지적한 “이동진 대외협력부총장이 학교상황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 학교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임자이지만 건양대가 처한 위기상황과 심각성을 고려하면 외부인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은 무엇을 의미할까. 건양대 많은 구성원들은 이를 두고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건양대의 오랜 내부자 시각으로는 현재 건양대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근시안적인 시각 우려해 외부 수혈론에 무게를 둔 내용으로 해석하는 쪽과 문재인 진보정권이 출범한 상황에서 때마침 사학 건양대의 심각한 폐부가 그대로 드러나자 급한 마음에 보호색 차원으로 진보인사 정연주라는 친노 인물을 선임했다는 입장으로 갈린다.

당시 상황을 직원 K모씨는 “진보인사로 알려진 정연주라는 전 KBS 사장이 총장으로 취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건양대 사람들은 김희수 대학 오너와는 너무 다른 이미지와 성격의 인물이라 무슨 뒷배경이나 또다른 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대부분 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모씨가 갖고 있는 김희수 대학 오너의 이미지는 “나를 따르라”라는 식의 일방적 소통만이 가능한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정연주 총장(71) 부임 이후 건양대에는 예견하지 못했던 또 다른 기류가 돈다. “정연주 총장은 정말 건양대를 혁신하고자 온 것인가?”하는 의구심이다. 건양대 구성원들이 정 신임총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제에서 호봉제로 변경하자는 대부분 구성원들의 요구에 정 총장의 ‘호봉제 절대불가’라는 입장이 여러 통로를 통해 전달되면서 부터다. 건양대 구성원들의 연봉제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은 매우 깊다.

구성원들은 2001년도 아무런 동의없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면서 기본급은 매우 낮고, 성과급으로 급여 대부분이 구성됐던 것이 큰 불신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징계를 받지 않은 직원이 연봉이 삭감되기도 하고, 성과급 평가 항목중 하나인 ‘부서별 등급’은 평가담당자가 특정부서의 근무경험이 없으면서도 부서마다 등급을 매기는데 기획·인사·입시·취업은 A등급, 동절기에 하루종일 외부근무를 보는 시설팀은 C등급이라는 평가를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성과급 기준이 매우 불투명해 구성원들의 노동의욕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본급이 타 대학보다 낮다보니 법인 혹은 대학은 법정부담금을 적게 내는 구조로 이점이 크지만 직원들은 퇴직 후 받게 되는 퇴직금이나 사학연금은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어 직원들의 후생복지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양대 구성원들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어떤 배경으로 총장으로 부임해 왔는지는 이제 궁금하지 않다고 말한다. 건양대 구성원들의 애환과 어려움에 대해 소통하려는 인물, 학교내 부조리와 비정상을 일소하고,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건양대 구성원들은 일방적 소통으로 밀어붙였던 ‘김희수 스타일’로는 건양대의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사회가 외부인 ‘정연주 진보인사’의 파격영입 행보가 진정성을 갖고, 현 정부에 대한 보호색이나 뒷배경, 또 다른 꼼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신임 총장이 얼마나 건양대에 ‘고이고, 썩은 물’을 얼마나 퍼다 버리느냐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건양대에 정연주 전 사장이 부임에 대학사회의 눈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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