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히브리대, 자율주행업체 설립…17조 벌고 4천명 고용 했듯이

▲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망해도 좋다"며 "10개 중 1개만 대박이 터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생각하는 '대학혁신'의 핵심은 바로 '가치창출'이다. 특히 대학이 스스로 부(富)를 창출해내야 혹독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대학의 역할이 바뀌었다. 기존의 교육을 통한 '인재가치' 창출과 연구를 통한 '지식 가치' 창출에 더해 창업·창직을 통한 '사회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해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달 500억 '포스텍펀드' 결성, 망해도 좋아…적극 투자할 것

이를 위해 포스텍은 창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은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탁월한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더라도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방대학이 중심이 돼 창업 생태계를 만들면 대학은 물론 지역 경제도 함께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 총장은 "포스텍이 창업을 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면 그 돈은 다시 교육과 연구에 투자된다. 좋은 교육을 받고 연구한 학생들에게서 또 뛰어난 창업이 나올 수 있다"며 "그러면 포항에 좋은 벤처기업이 생기고 일자리도 생기는 것이다. 이런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진 곳이 곧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포스텍 기술지주회사의 성과를 보고 포스텍이 창업 생태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갖고 있는 지식과 특허를 사고파는 회사다. 포스텍 기술지주회사는 작년 한 해 동안 5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국내 대학 기술지주회사들 가운데 1등이다. 그는 "과거에는 포스텍의 연구 성과를 지식 가치로만 여겼는데, 기술지주회사 실적을 보니 연구 성과를 잘 활용하면 대단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이달 중 500억원 규모로 '포스텍 펀드'를 결성한다. 포스텍이 100억원을 펀드에 투자했고 나머지는 기업들과 고액자산가들이 투자했다. 포스텍의 기술력과 학생들의 가능성에서 대박의 기회를 발견한 고액자산가들이 20억~30억원에 달하는 목돈을 투자했다. 김 총장은 포스텍 펀드를 통해 포스텍 학생뿐만 아니라 포항 지역민들의 창업도 지원할 계획이다. 포스텍은 포항·울산·경주 지역의 대학과 기업, 자치단체가 협력하는 '유니버+시티(Univer+City)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김 총장은 "망해도 좋다"며 "10개 중 1개만 대박이 터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극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합' 포스텍선 내년 신입생부터 아예 전공 없이 `無學科` 선발

김 총장이 꼽은 롤모델은 이스라엘의 도시 예루살렘과 히브리대학이다. 히브리대의 암논 샤슈아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자율주행업체 '모빌아이'는 예루살렘에 창업 생태계를 탄생시켰다. 히브리대는 모빌아이를 인텔에 매각하면서 17조원의 부를 창출했고, 이후 모빌아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예루살렘 지역에 4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낳았다. 현재 예루살렘은 자율주행기술의 세계 중심지로 부상했다.

포스텍이 주력하고 있는 또 다른 혁신은 '융합'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도래할 미래는 '융합의 시대'라는 것이 김 총장의 시각이다. 이를 위해 포스텍은 과감히 교육과정을 융합했다.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무학과(無學科) 입학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고교생이 특정 학과를 지원해서 대학에 입학하지만 포스텍에서는 내년 입시부터 학과를 선택하지 않고 단일 계열로 입학하게 된다. 학생들이 2학년 1학기까지 총 3학기 동안 전공 없이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고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김 총장은 "요즘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앞으로 적어도 120세까지 살 것이다. 그럼 90세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 오랫동안 사회·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폭넓은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 전공을 바꾸는 '전과'에 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도 전부 없애버렸다. 학생이 전공을 바꾸길 원하면 교수에게 찾아가 바꾸겠다고 말하고 수업을 들으면 그만이다. 김 총장은 "우리 때만 해도 '인생은 마라톤이다. 주어진 길을 꾸준히 열심히 뛰면 골이 나온다. 쉬지 말고 계속 뛰라'고 했다. 요즘 학생에게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젊을 때 이 길 저 길 다 뛰어봐야 한다. 그래야 길어진 인생을 의미 있게 살 수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길을 만들어주고 뛰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 대학의 역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총장은…

서울대 거쳐 佛서 박사학위…무기재료 국내 최고 권위자

공학자 출신 과학행정가이자 교육자다. 190㎝에 이르는 장신으로 '키다리 신사'를 연상케 한다. 경기고 2학년 때까지 문과였던 그는 고3 때 공대 전망이 좋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듣고 이과로 옮긴 뒤 서울대 재료공학과에 입학했다. 학부를 졸업한 뒤 KAIST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원에 첫 기수로 입학해 석사를 마쳤다. 우연히 과학원 졸업생 중 프랑스로 유학하는 학생에게는 프랑스 정부에서 특별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공고를 보고 유학길에 올랐다.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당시 함께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클레르몽페랑 제1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료 성질을 연구하는 재료공학 중 무기재료(세라믹)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발표한 논문은 200편이 넘고, 해외 유명 학술대회에 초청을 받아 40회 이상 강연했다. 2015년부터 포스텍 총장을 맡고 있다. 대학 시절 조정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던 그는 작년 포스텍에 조정 동아리를 창단했다.

△1952년 부산 출생 △1974년 서울대 재료공학 학사 △1986년 한국과학기술원 재료공학 석사 △1979년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 박사 △1982년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 △2005~2007년 서울대 공과대학장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08~2011년 울산대 총장 △2011~2013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장관급) △2015년~ 포스텍 총장 [기사제공 : MK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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