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상(紙上)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빠지는 날은 없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면서 시급한 주제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주제가 매일같이 언론매체에 등장해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을 뿐 뚜렷한 방향과 솔루션 제시는 보이질 않는다. 크게 역부족인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1차 산업혁명에서, 2차 산업혁명으로 이행될 때와 2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으로 이행될 때는 정부가 할 일이 있었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아주고 인터넷 교육도 앞장섰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산업에서 어떤 형태의 혁신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부와 나라는 손을 놓고 있으면 되는 것인가. 결론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중의 핵심은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인공지능이 몰려오면 인간들의 직업중 몇 퍼센트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고 호들갑이다. 인간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심을 안겨준 것은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4대1로 패한 이후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기사가 3대0으로 완패 당했다. 더구나 내로라하는 9단 기사들이 연합으로 알파고를 대항해 싸웠지만 역시 형편없이 나가 떨어졌다. 이 때 인간들은 움츠려 들었다.

그러나 인간과 인공지능간 대결을 잘 살펴보면 알파고처럼 움츠려드는 대결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AI ‘딥블루’에게 패배했다. 그 후 인간이나 AI가 단독 혹은 팀으로, 또 ‘인간+AI’ 연합팀으로 참여가 가능한 체스리그가 출범됐다. 리그에서 1위를 비롯한 상위권 대부분은 인간+AI 연합팀이 차지했다. 지난해말 암치료에 의료용 AI ‘왓슨’을 도입한 한 병원에서는 의료진과 왓슨이 서로 다른 진단과 치료법을 내놨을 때 환자 대부분은 왓슨 의견을 믿었다. 그렇다고 환자들이 치료까지 왓슨에 맡긴 건 아니었다. AI의 진단을 토대로 의사가 치료하는 ‘인간+AI’ 조합을 선택했다.

이 조합은 AI 시대에 살아가야 할 인간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AI 시대의 주인공인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들과 팀을 이뤘을 때 인간과 사회의 역량이 증강됐고, 학습하는 AI와의 협업을 하려면 인간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디지털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만들고 고칠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디지털과 이를 기반으로 구현되는 디지털 문명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그러니까 디지털 문명을 해독해내고 이를 삶에 창조적으로 사용할 줄 알도록 늘 학습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간에게 AI은 이제 동반자이다. 그러려면 전제조건이 따라온다. 큰 틀에서 인간이 인간을 이기는 경기를 해서는 곤란하다. 인간과 인간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확신시키는 교육과 사회 메커니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시급하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간이 중심되는 교육과 AI과 협업하는 세상을 가르치는 것이 정부와 나라가 할 일이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현재 입시위주의 ‘초등·중등·고등’ 식 교육 패러다임은 저만치에 다가온 AI시대에서는 녹슨 청동구리 거울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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