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Line 창간6주년기념특집❶ 대학구조조정

文 정부 대학구조조정, ‘자율’ 자충수에 걸리나 U's Linel승인2017.10.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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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대는 설립자인 당시 총장이 횡령하거나 불법으로 전용한 금액이 277억 원에 이른다. 대구외대는 학교법인이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할 수익용 기본재산 7억 원을 마련하지 않고도 출연한 것처럼 꾸몄다. 교육부는 서남대 폐교 또한 공식화 했다.

정원감축분 목표로 대학자율성 침해·대학 갈등 야기 지적

지난 8월초 교육부가 설립자의 횡령으로 위기를 맞은 서남대(전북 남원소재)에 대해 남원 지역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폐교를 공식화한 것과 8월 23일 대구외대(경북 경산소재)와 한중대(강원 동해소재)의 폐쇄절차에 돌입하자 대학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큰 방향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향후 부실대학 정리방식의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가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두 축은 바로 ‘비리사학’과 ‘정원감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폐쇄절차를 예고한 대구외대와 한중대는 지난 2015년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등급(A~E등급 중 E)을 받은 6개 대학(4년제)에 포함됐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대한 상시 컨설팅과 특별감사를 통해 시정을 요구했으나 두 대학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두 대학 모두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 건 설립조건 위반(대구외대), 교비횡령(한중대) 등 재단·설립자의 부정과 비리와 직결돼 있다. 2003년 설립 당시 대구외대는 학교법인이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할 수익용 기본재산 7억 원을 마련하지 않고도 출연한 것처럼 꾸몄다. 한중대는 교비회계 횡령·불법사용액 등 380억 원을 13년째 회수하지 못하고 있고, 교직원 임금도 330억원 이상 체불하는 등 학교운영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3개 대학의 폐쇄 절차가 시작되자 대학가에선 문재인 정부가 비리·부실 사학에 대한 퇴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한다. 이에 대해 호남소재 C대 부총장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자율을 보장하고 특성을 살리겠다’는 원론만을 밝혔으나, 최근 들어 김상곤 부총리 등이 대학구조개혁, 특히 비리사학 퇴출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선 공약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8월 11일 폐교 대신 제3자 인수 등을 통한 정상화를 요청하는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사학비리와 부실이 심각한 사립대를 대상으로 폐쇄와 청산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文 정부, 비리사학 본격 퇴출예고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비리사학 퇴출’ ‘대학구조평가와 재정지원연계를 통한 대학 정원감축’이란 두 방향으로 구조개혁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부실화된 사립대가 자진 퇴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대학구조개혁의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을 한다. 오랫동안 통과하지 못한 대학구조개혁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법적 근거의 명분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부실대학 자진퇴출’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는 8월초 서남대 폐교를 공식화하면서 “비리사학 재산의 국고 환수를 위해 사학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실대학의 자진퇴출을 진행할 수 있는 특례조항 도입에 대한 입장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당시 여당 의원들은 사립대 법인해산 시 잔여재산 귀속 특례조항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처리돼지 못한 상태다. 당시 야당은 “대학 부실화의 책임을 져야할 비리 재단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반대했다.

개정안엔 자진 퇴출하는 사립대는 잔여재산을 공익재단 형태로 전환하고, 생계가 곤란한 설립자 가족 등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운영이 어려운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해줘야 다른 대학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 “부실대학 자진퇴출 유도방안 만들 것”

교육부는 지난 정부부터 추진해온 대학 전반의 정원감축 기조는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 보낸 ‘2019학년도 입학정원 계획’에서 교육부는 “구조개혁 추진에 따른 정원감축을 고려해 총 정원을 동결·감축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밝혔다.

아울러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정부 재정지원사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정부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재정지원이란 ‘채찍’과 ‘당근’을 연결해 각 대학이 학생 정원감축에 속도를 내도록 유도하겠다는 전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은 이어받겠다는 취지를 그대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비리사학 퇴출, 평가를 통한 대학 전반의 정원 조정만으로 대학구조조정이 원활할 게 추진될 지는 의문이다. 2015년 이뤄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13개 대학(4년제·전문대)이 최하위 등급을 받고 재정지원 사업과 학자금 대출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았지만 대구외대·한중대 외에 폐교 절차에 들어간 대학은 없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다수 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부실대학의 자진퇴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비리사학을 폐교하는 것만으로는 대학구조조정의 속도를 내는데 한계가 있다”며 “부실대학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스스로 폐쇄할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2주기 대학구조개혁을 앞두고 있는 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사립대들이 자율적으로 폐교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학년도부터 대학 입학정원(50만7663명)이 대학 지원자(50만6286명)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2020년 이후엔 각 대학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대학,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중단” 촉구

그러나 대학들은 정부의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중단하고 새로운 구조개혁 틀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평가는 전 정부의 유산으로 대학가의 실정에 뒤떨어져 대학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9월 27일 열린 217차 이사회에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중단하고 대학정책 방향을 새롭게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줄어드는 학생수에 맞춰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대입정원을 16만명 가량 줄이기 위한 조치로 채택돼 있다. 1주기(2014~2016년) 4만명, 2주기(2017~2019년) 5만명, 3주기(2020~2022년) 7만명으로 계획돼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평가 하위 50%에 속하는 대학을 X, Y, Z 등 3개 등급으로 구분해 정원을 집중 감축하고 최하위 대학의 경우 퇴출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대학총장들이 바라보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 정체성을 훼손하고 서열화를 조장하는, 대학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평가'다. 실제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서울과 비(非)서울권으로 나뉜 대학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국을 하나의 권역으로 두고 일괄적인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는 결국 지방대 및 전문대의 정원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이번 2주기 평가부터는 일반대는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강원권, 호남·제주권, 부산·울산·경남권 등 5개 권역으로 구분해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평가지표 역시 교육의 질을 평가하기보다는 학생 충원율, 취업률 위주로 평가해 기초학문을 소멸시키고 일반대와 전문대 간의 영역을 파괴했다는 비판이다. 오로지 취직에 매몰돼 대학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데에 매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정해진 정원감축분을 목표로 일률적인 정원감축을 진행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대학 간 갈등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일 목포대 총장은 지난 6월 열린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은 어쩔 수 없는 시장의 상황이지만 대학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고등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안정적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수준, 내국세의 9%, 23조 이상의 재정지원 재원을 확보했을 때 대학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며 대학만 비판받고 국가의 역할을 거론되지 않는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교육 위한 평가 자리 잡아야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의 존폐가 걸린 만큼 모든 구성원이 총력을 기울이는 평가다. 하지만 이외에도 학과평가, 대학평가, 교육부재정지원사업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맞물리며 고등교육 제공이라는 본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대 교수는 "전문대나 일부 지방대의 경우 교수가 다양한 평가 준비를 직접 한다"며 "여기에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취업률, 충원율과 직결되는 신입생 모집, 취업 지도까지 직접 나서야 하는 만큼 수업은 결국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들이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편법과 부정을 저지르기까지도 하는 일이 발생하며 대학가가 더욱 병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력 인사들의 초청 특강에 열을 올리며, 전임교원 확보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정식 교수채용을 꺼리고 짧은 계약 기간과 낮은 임금의 비정규직 교원을 충원하는 '꼼수'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학 교육의 구조개혁을 꾀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교협이 제시하는 대안은 인증형 대학구조개혁 평가다. 대학에게 인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꿔 자발적으로 구조개혁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대교협의 '대학기관평가인증'을 확보한 대학에게는 경상비 지원, 재정지원사업 신청, 국가장학금 지원하고 미인증 대학에게는 정부의 행·재정 지원을 제한해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스스로 정원 감축, 학과 조정, 기능 전환 등의 자율적 구조개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대학 구조개혁을 자율에만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국가 차원의 적절한 제재와 지원 등 '당근과 채찍'으로 개선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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